
강아지가 얼굴을 핥아 주려고 다가왔다가 입에서 훅 올라오는 냄새에 흠칫 놀란 적이 있다면, 한 번쯤 "원래 이런가?" 하고 넘기셨을 거예요. 사료나 간식을 먹은 직후에는 어느 강아지나 구수한 냄새가 날 수 있어요. 이런 냄새는 먹은 음식이 입에 남아 생기는 것이라 보통 시간이 지나면 옅어져요.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, 혹은 다음 날 아침에도 썩은 듯한 냄새가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. 이런 냄새는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고, 입안에서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.
냄새가 언제, 어떤 상황에서 나는지 기억해 두면 병원에서 설명하기도 한결 쉬워요. 밥을 먹은 직후에만 나는지, 자고 일어난 뒤에도 나는지, 며칠째 계속되는지를 떠올려 보세요.
강아지가 하품할 때나 얼굴을 가까이 댈 때 냄새가 계속 신경 쓰인다면 입안을 직접 한 번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.
냄새의 가장 흔한 출처, 치주질환
입 냄새의 원인으로 가장 흔한 것은 치주질환이에요. 이가 닦이지 않으면 치아 표면에 치태(플라크)라는 얇은 막이 생기고, 이 치태가 굳어서 단단한 치석이 돼요. 치석 주변에서 세균이 늘어나면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냄새가 심해질 수 있어요.
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단계를 치은염, 염증이 잇몸 아래 뼈와 치아를 받치는 조직까지 번진 단계를 치주염이라고 해요. 치은염은 관리하면 되돌릴 수 있지만 치주염은 이미 손상된 조직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요.
집에서 확인할 만한 모습은 이래요.

치아가 누렇거나 갈색으로 변해 있어요
잇몸 가장자리가 빨갛게 부어 있어요
양치하거나 만질 때 피가 묻어요
한 가지 주의할 점은 겉으로 보이는 치석이 적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거예요. 문제가 잇몸 아래쪽에 있으면 눈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염증이 진행 중일 수 있어요. 눈으로 본 상태와 냄새가 서로 맞지 않는다면 검진을 받아 보시는 편이 좋아요.

치아 말고 다른 원인도 있어요
입 냄새가 모두 치석 때문은 아니에요. 입안 점막이 헐어 생기는 구내염, 부러진 치아, 이 사이에 낀 뼈 조각이나 이물질도 냄새를 만들어요. 이런 경우에는 치석을 없애도 냄새가 남을 수 있어요. 한쪽으로만 씹거나 입 한쪽을 유난히 피하고, 앞발로 입을 자꾸 문지른다면 그쪽에 아픈 곳이 있는지 의심해 볼 수 있어요.
입 밖의 질병이 냄새로 나타나기도 해요. 신장 기능이 떨어진 강아지에게서는 암모니아와 비슷한 냄새가, 당뇨병이 심해져 케톤산증이 생긴 경우에는 과일이나 아세톤 같은 냄새가 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.

다만 냄새만으로 어떤 병인지 구별할 수는 없어요. 보호자가 냄새를 맡아 신장병인지 당뇨인지 짐작하기도 어렵고요. 입 냄새가 갑자기 달라졌다면 치아 문제인지 몸 안의 문제인지 가려내야 하니 검진을 받는 편이 안전해요. 구토, 심한 무기력,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입 냄새와 함께 있다면 입 문제로 보지 말고 동물병원에서 전신 상태를 확인받으세요.
집에서 줄이는 방법, 양치가 기본이에요
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반려견 전용 치약과 칫솔로 꾸준히 양치하는 거예요. 사람용 치약은 쓰지 마세요. 삼켜도 안전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에요.

처음부터 입을 벌리려고 하면 강아지가 양치를 싫어하게 되기 쉬워요. 입 주변을 부드럽게 만지는 것부터 시작하고, 거부하지 않으면 손가락에 치약을 묻혀 맛을 보게 한 다음 칫솔로 넘어가는 식으로 천천히 적응시키세요. 며칠씩 걸려도 괜찮아요. 한 번에 모든 치아를 닦으려 하지 말고 겉쪽 어금니부터 닦는 것도 방법이에요.
덴탈껌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에요. 씹는 동안 치아 표면이 어느 정도 문질러질 수 있지만 양치를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하고, 이미 생긴 치주질환을 덴탈껌만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는 없어요.
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집에서 버티지 말고 구강 검진을 받으세요. 심한 악취가 계속될 때, 잇몸에서 피가 날 때, 침을 많이 흘릴 때, 음식을 씹기 힘들어할 때, 얼굴이 붓거나 눈 밑이 부을 때예요. 식욕이 남아 있어도 치과 질환이 있을 수 있어서 잘 먹는다고 괜찮은 건 아니에요. 입 냄새와 함께 심한 무기력, 반복되는 구토, 숨쉬기 이상이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진료받으세요.
냄새를 향 강한 제품으로 덮기보다 어디서 나는지 찾아보는 게 먼저예요.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입안을 살펴보고 양치 습관을 들여 두면 병원에 가야 할 시점도 훨씬 일찍 알아챌 수 있어요 🐶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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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ttps://commons.wikimedia.org/wiki/File:Yawning_Dog.jp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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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ttps://commons.wikimedia.org/wiki/File:Dog_at_the_vet_(6130836262).jp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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